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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소식] 69학번(1회) 동문 - ‘적정기술’ 연구자 최홍규,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빛’을 밝히다
  •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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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적정기술을 보급하고 있는 최홍규 박사가 지난 3월 3일 경향신문에서 태양광 램프, 충전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적정기술을 보급하고 있는 최홍규 박사가 지난 3월 3일 경향신문에서 태양광 램프, 충전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나무상자에 담긴 작은 불빛이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어둠을 밝힌다. 11년째 탄자니아에 머물며 ‘빛’을 보급하고 있는 이는 한국인 최홍규 박사다. 그는 서강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태양열, 태양광으로 각각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태양에너지와 관련해 손꼽히는 전문가지만 그가 택한 것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오지마을이다. 그곳에서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간단한 기술을 활용한 ‘태양광 램프’ 보급에 힘쓰고 있다. 지난 3월 3일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귀국해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탄자니아에 가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서 10년 정도 일했다. 당시에는 주로 국책과제 연구를 했다. 마지막으로 일한 곳은 대우그룹 고등기술연구원이었다. 그 이후에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태양광 컨설팅 등을 했다.” 

-탄자니아에는 어떻게 가게 됐나. 

“미국 뉴욕에서 다녔던 교회가 탄자니아에 있는 교회와 자매결연을 했다. 교회에서 내가 태양광 전문가인 것을 알고 탄자니아에 설치할 태양광 발전시스템 설계를 맡겼다. 설계도를 만들고 부품까지 구해 탄자니아로 보냈는데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직접 탄자니아로 와서 해결해 달라고 하는데 당시 나는 미국 영주권을 받기 위해 준비하던 상황이었다. 변호사로부터 미국을 떠나면 영주권을 받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조언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설계한 시스템을 방치할 순 없었다. 고민 끝에 탄자니아로 갔다. 그때가 2010년 10월 20일이었다.” 

-설치만 해주고 돌아갈 수도 있지 않나. 

“탄자니아에 가서 보니 하루 일조시간만 9시간일 정도로 태양에너지 양이 풍부했다. 단지 기술이 없어 이를 활용하지 못할 뿐이었다. 내 여생에 의미 있는 일을 한다면 이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11년째 탄자니아에 머물게 됐다.” 

-태양광을 이용해 무엇을 만드나. 

“태양광 발전시스템만으로 모든 주민이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각 가정에 직접 도움을 주고 싶었다. 당시 여러 아이디어를 생각했는데 돈이 없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한 현지인 독지가가 만들어보라며 1000달러를 줬다. 그걸로 부품을 사서 만든 것이 태양광 램프였다. 이후 태양광을 이용해 휴대폰 충전기도 만들었다. 이런 것들을 구상하고 만드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램프가 가장 먼저 선택된 것은 왜인가. 

“가장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제품을 만들 때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 ‘현지인들에게 기술 이전이 편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무엇이 사람들의 생활을 가장 바꿀지 고민했는데, 그것이 사람들에게 ‘빛’을 주는 것이었다.” 

-휴대폰 충전기는 왜 만들었나. 

“탄자니아 사람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한다. 농번기가 되면 일손이 부족해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데 이때 휴대폰이 중요하다. 또 탄자니아는 전화로 송·수금을 하는 방식이 굉장히 발달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를 쓰고 전화기를 가지려고 한다. 문제는 휴대폰을 한 번 충전하려면 먼 거리를 걸어가 한두 시간 기다려 충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마저도 충전기가 중국산 제품이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이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생각으로 충전기를 만들었다.” 

-효용성은 어느 정도인가.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시켜주는 솔라셀과 전기를 보관할 배터리가 핵심이다. 태양광 램프는 겉으로 보기에는 허술해 보여도 이 두가지는 무조건 좋은 것을 쓴다. 실험을 해보니 램프는 매일 사용해도 1년 반에서 2년 정도 쓸 수 있다. 4시간 정도 걸려 완충을 하면 이틀 정도 쓸 수 있다. 충전기는 2시간 정도 충전하면 하루에 휴대폰 4대 정도를 충전할 수 있다.” 

-만들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나도 쓰고, 주민들에게 나눠주면서 꾸준히 개선했다. 처음 현지인들에게 줬을 때는 별일 다 생겼다. 잊어버렸다거나 훔쳐 갔다는 경우도 있고, 손으로 밥을 먹고 기계를 만져 고장나는 경우도 많았다. 처음에는 고쳐주면서 화도 내고 교육도 했다. 그런데 같이 생활하다 보니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 만드는 것이 ‘탄자니아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문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현지인들에게 돌려받은 결함 제품을 통해 지금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내 아이디어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품 이름은 없나? 

“쿠쿠 솔라 램프. 쿠쿠 휴대폰 충전기다. 쿠쿠가 탄자니아어로 ‘닭’이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 없다. 그런데 오지마을에 있는 사람들도 1년에 닭은 몇마리씩 먹더라. 그래서 이 제품을 ‘닭 한마리’ 가격으로 판매한다. 실제로 닭 한마리 가져오면 바꿔준다. 돈으로 따지면 8~10달러 정도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적정기술을 보급하고 있는 최홍규 박사가 지난 3월 3일 경향신문에서 태양광 램프, 충전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적정기술을 보급하고 있는 최홍규 박사가 지난 3월 3일 경향신문에서 태양광 램프, 충전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아프리카에서 기술 이전은 대개 무료로 하지 않나. 

“무료로 주는 것은 독약이다. 발전할 수가 없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말 아프리카를 도와주고 싶다면 지금처럼 무료로 던져주듯 해서는 안 된다. 그건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지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최첨단 제품을 주면 뭐 하나. 시간이 지나면 고장이 나고 폐기물이 된다. 우선 고장나도 수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제품을 주고, 그다음은 이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돈을 주고 기술을 배우면 사업 모델을 생각하게 된다. 이를 통해 현지인들이 자립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재료값을 받는다. 그마저도 없다면 닭, 옥수수와 같은 것과 물물교환이라도 하자고 한다. 이런 기술이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른바 ‘적정기술’인가. 

“적정기술을 학문적으로 따지면 그 범위도 굉장히 넓고 논리도 복잡하다. 나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현지인들과 생활해보니 알게 된 것은 있다. 진정한 적정기술은 사람들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사업화까지 이뤄내야 한다. 나는 적정기술을 아프리카 오지마을에서 주민들과 생활하며 배웠다.” 

-구체적 사례를 든다면. 

“선진국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구조는 소용이 없다. 탄자니아 독립영웅이 ‘진정한 발전은 자국민이 참여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이게 지난 11년간 탄자니아에 나를 붙들어둔 말이다. 최근에 한 적정기술 학회에 참여했는데 대부분 ‘내가 해줄게. 너희 이거 써’ 하는 방식이더라. 한국의 지원 방식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한국의 대학과 비정부기구(NGO)들도 탄자니아에 와서 온갖 첨단 정보통신(IT)기술이 접목된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해줬다. 그런 제품들을 고장나면 전부 폐기물이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현지인들을 끌고 갈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변화의 동력을 제공하고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좋다. 제발 그 엄청난 돈을 들여 현지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지원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경험한 대로 적정기술을 정의한다면. 

“세가지로 말할 수 있다. 사람, 장소, 가격이다. 일단 현지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그들이 수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현지에서 나는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은 현지인들이 살 수 있는 가격이어야 한다. 계속해서 도움이 필요한 것은 적정기술이 아니다. 이를 통해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눈에 띄는 기술이 아니면 평가를 못 받지 않나. 

“내가 만든 램프를 LED 전문가나 솔라셀 전문가에게 보여주면 웃는다. 여기에 사용된 부품들은 이렇게 쓰는 용도가 아니다라고 하는 식이다. 심지어 대학 동창에게는 ‘너는 박사까지 한 놈이 이런 것을 만드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마 다들 똑같은 생각일 거다. 나도 잘 알고 있다. 사실 태양광 램프에 쓰인 부품은 다 이렇게 쓰면 안 되는 것들만 모였다. 하지만 탄자니아 한번 와보라. 이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다. 싸고 간단하게 만들어야 고장이 나도 현지인들이 손쉽게 수리할 수 있다. 재료도 전부 탄자니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은 나도 잘 안다. 하지만 6년 동안 연구해 현지 사람들이 가장 잘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부끄럽지 않다.” 

최홍규 박사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한 마을에서 진행한 워크샵 모습. 최홍규 박사 제공

최홍규 박사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한 마을에서 진행한 워크샵 모습. 최홍규 박사 제공

-보급은 어떻게 하나. 

“주로 마을 단위의 워크숍을 연다. 20명 정도의 사람들을 모아 직접 제작기술을 가르친다. 내가 직접 부품을 들고 그 마을로 간다. 아기를 업고 오는 사람부터 전기기술자까지 참가하는 분들도 다양하다. 3일간 교육을 하는데, 이들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공짜는 아니다. 1인당 20달러 정도를 받는다. 거의 부품비다. 과정을 마치면 태양광 램프와 휴대폰 충전기 1대씩 스스로 완성해 가져간다. 탄자니아 에너지광물부 장관이 자신의 고향에서 워크숍을 열어주길 부탁해 3개월간 268명의 주민에게 기술을 가르쳐준 적도 있다. 핵심은 기술교육이다.” 

-성과도 있었나. 

“탄자니아 재정기획부가 만든 달력에 내 태양광 램프가 소개됐다. 2018년에는 한국 외교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특히 적정기술학회에서 주는 제3회 적정기술상도 수상했다.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나는 자원 활동가라는 말을 쓴다. 평생 공부한 것을 남을 돕는 데 사용할 수 있어 좋다. 코로나19 문제로 잠시 한국에 있지만, 탄자니아로 돌아갈 것이다. 그곳에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때문에 매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출처 :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103070814011)